🪜 Ladder Letter 5호 : 자아를 해체한 멋진 아저씨

2024. 5. 1.

디자인랩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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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30, 2024

사회적협동조합 사다리입니다.

한달에 한 번! 사다리에게 소중한 분들께 뉴스레터를 발행합니다.

이 레터를 받으신 분들은 사다리에게 무척 소중한 분이란 뜻~

항간의 화제가 된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 SBS 뉴스 생중계 영상 캡쳐 화면

사다리에게 소중하신 분들~ 잘 지내셨나요? 다섯 번째 인사드리는 박 팀장입니다.

최근에 매우 흥미로운 두 권의 에세이를 연달아 읽었습니다. <실패는 나침반이다>와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인데요. 두 권의 저자가 전하는 각자의 경험이나 메시지가 다르지만, 저에게는 하나의 비슷한 지점에서 울림이 있었어요. 오늘은 그 이야기로 뉴스레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실패는 나침반이다>는 50대 개발자인 한기용님의 이야기에요.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에서 일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우연한 기회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일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한 미국에서의 커리어 초반에는 창업하고 또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기도 해요. 야후에서 디렉터까지 승진하지만 이후 이직한 스타트업이 투자 실패로 망한 뒤 저자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합니다. 당시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별다른 계획 없이 1년을 쉬기로 결심했는데요. 이때 저자의 나이는 42살에서 43살 넘어가는 시기였죠.

또 다른 책,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지 3년 차에 캐나다 한 시골 마을의 유일한 한국인 응급구조사가 된 이야기입니다. 퇴사 후 해외 이민을 가게 된 사례는 익숙한데 해외 시골 마을에 한국인 응급구조사가 된 이야기는 아마 전 세계 이 책이 유일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캐나다 시골마을의 유일한 한국인 응급구조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되고 나서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에서도 느껴지듯 저자가 마주한 ‘응급'의 상황들이 자세하게 묘사됩니다. 읽으면서 많이 놀라기도 했어요.

가족과 이민을 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저자가 기존에 하던 일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을 하기로 했을 때 그의 나이는 마흔이었어요. 그리고 이민 직후 그는 캐나다 정부 보조가 없으면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혹은 최저시급 받는 저소득층 게다가 영어가 외국어인 20대 늦깎이 학생이 되는 경험을 해요.

이 두 권의 저자 모두 한국에서 소위 대기업에서 활약하던 마흔쯤의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가족을 데리고 전혀 다른 사회로 이주한 뒤 처한 상황에서 바닥까지 내려갔다 올라온 경험을 했죠.

그래서일까요. 전혀 달라 보이는 서사가 담긴 이 두 권의 책이 저에게 묘하게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했어요.

‘자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기'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개저씨'라는 단어가 화제가 되었는데요. 자기중심적으로 안하무인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해요. 보통 사회에서 성공한 뒤 자기 신화를 강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귀결되는 모습이라 생각했는데요.

한국 대기업에서 활약하던 중년 남성이 완전히 다른 사회로 이주해 자신의 삶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한 경험은 흔치 않을텐데요.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저자들은 스스로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각의 소유자로 거듭난 듯 합니다. 그런 극적인 변화를 겪지 않았다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그들만의 통찰을 얻기 어려웠을 거란 생각도 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론 자신의 신화를 강화한 사람들보단, 극단의 삶을 체험하며 자신의 삶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경험이 있는 분과 더 가까이하고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언론에서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주로 다뤘지만, 모든 인간의 생애에서 경력 단절은 피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은 비단 저뿐만일까요? 왜냐하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우리의 수명이 너무 길어졌잖아요. 자연스럽게 기술과 경험이 시대에 뒤떨어져 필요 없어지는 시기가 반드시 도래할 테고요. 이런 단절의 시기에는, 우리 모두 바다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두 책의 저자들을 통해 여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저는 성공을 향해 돌진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우게 되었고요. 끝없는 자기 발견 여정의 길목에 서있을 수 있다면 요즘 유행하는 ‘개저씨’ 혹은 ‘개줌마'로 불릴 일은 전혀 없을거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삶을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경험은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네요. 사다리에게 너무 소중한 분들께는 이런 어려운 경험 없이 자아를 해체하고 재구성할 기회를 꽁자로 얻게 되시길 간절히 기원드립니다. 😎

모두를 위한 디자인학교 (또, 또) 후기

사다리 레터를 통해 디자인랩 사다리의 <모두를 위한 디자인 수업>은 여러 차례 소개해 드렸는데요.

지난 번에는 디자인랩 사다리에서 2월 말부터, 3주에 걸쳐 디자인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원데이 클래스까지 진행했던 결과보고에 가까웠어요. 이번에는 온라인 수업 2기 + 신규 오픈된 디자인 수업을 오픈한다는 예고편입니다!

첫 번째 온라인 수업 2기는 강사가 제시한 예제를 중심으로 수강생이 따라 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수업 역시 온라인 수업이고 강사의 가이드에 따라 수강생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합니다.

이 두 개의 수업 차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 두개의 수업 모두 사다리에서만 운영하는 “디자인 상담소 멤버십”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디자인 상담소>는 이곳은 디자인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마련된 기능입니다. 디자인랩 사다리 커뮤니티 게시판에 개인 작업물을 올리면, 디자인 팀장님이 직접 피드백을 드리는 방식이죠. 디자인랩 사다리의 수업을 들으신 수강생이라면 언제라도 활용하실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사다리 홈페이지로 확인해주세요

디자인 수업 수강하러 가기

사다리 디자인 이야기

뉴스레터에서는 사다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조직과 국내의 다양한 공공기관과 함께 진행한 행사와 서비스, 제품, 교육 등을 이 자리를 통해 소문내드릴게요. '저희 것도 소개해주세요' 라고 요청해주셔도 됩니다. 😁

1. 신갈오거리 마을 지도 & 스탬프 아트

지난 뉴스레터에 잠깐 소개해 드렸던 신갈오거리 기억나시나요?

과거 ‘용인의 명동'으로 불렸던 신갈오거리가 다소 낙후될 위기에 빠졌고 이를 위해 신갈오거리 지역 특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신갈오거리 마을지도 & 스탬프아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주 1회, 총 6주 동안 마을 주민분들 교육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신갈오거리의 마을 지도와 신갈오거리의 주요 콘텐츠로 스탬프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잠깐 보고 가실까요?

총 6주 동안 교육을 진행하며 1) 나와 우리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2) 얼마나 더 많은 주체와 연결될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3)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불러일으킬 만큼 매력적인지? 에 대한 기준을 갖고 마을의 보물을 뽑았어요. 그렇게 선정된 보물을 스탬프로 만드는 작업 매우 흥미로웠어요.

생각보다 이 스탬프의 세계도 꽤 넓고 깊더라고요. 스탬프 아트를 즐겨하시는 분들께 조언받으며 다양한 형태와 사이즈를 테스트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스탬프라고 하면 인감도장만 생각하던 박팀장에게 클리어 스탬프라는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게 된 소중한 경험인데요. 아무래도 원하는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기 위해서 이름 그대로 투명한 아크릴에 붙일 수 있는 실리콘 형태의 스탬프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스탬프 도안 잠시 보고 가실게요.

그리고 대망의 4월 27일 열린 “신갈오거리 거리 축제"에서는요. 마을지도 스탬프아트 부스에서 체험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신갈오거리에서 처음 열린 축제인데도 당일 대략 2만여 명의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고 해요. 저희 사다리는 마을지도와 스탬프 체험 부스에서 체험을 신청해 주신 어린이 참가자들 덕분에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사실 체험 신청이 끊이질 않아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필 틈도 없었던 이유가 축제 인파가 2만 명이나 되어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너무 놀랐답니다.

신갈오거리 거리 축제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사다리에게 소중한 분들께 축제 당일의 바이브를 느껴보시라 사진으로 공유해드릴게요 🤗

2. 행복나래, SOVAC (소백) 마켓 컨텐츠 제작

행복나래는 SK가 설립한 구매 서비스 회사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이익 전액을 사용하고 있는 회사에요. ‘사회적 기업을 돕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행복나래에서 사회적 기업 전문 온라인 쇼핑몰인 ‘SOVAC(소백)마켓'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SOVAC 마켓이 네이버스마트스토어의 형태로 새롭개 재편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토어에 업로드 될 브랜드 스토리와 상세 페이지를 저희 디자인랩 사다리에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5개의 사회적 기업을 선정하고 창업자의 철학과 제품 개발 과정, 그리고 또 회사마다 겪었던 위기에 따른 극복과 성장 스토리를 정리했습니다. 관련해서 각 회사의 제품별로 지닌 상세 설명과 사용법 무엇보다 중요한 소구점을 정리한 상세페이지를 만들었죠.

국내 생산 세탁 티슈 이염 방지 시트, 레오니오.

제주 감귤의 향기가 가득한 코코리 거품비누, 코코리제주

우리 밀로 정성 가득하게 만든 두껍고 진한 맛 쿠키, 시튼베이커리

육즙 팡팡, 맛있고 건강한 수제 햄 & 소시지, 샤르베티에

당류와 글루텐 프리면서 맛과 식감까지 챙긴 건강 간식, 바나나아일랜드

각 회사의 상세페이지뿐만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며 회사 창업자의 이야기를 딥다이브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경험을 준 프로젝트였어요.

나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고요. 그래서일까요? 단순히 상세페이지만 봤을 땐, 하나의 상품이었을텐데. 브랜드 스토리를 작성하다 보니 각 회사의 제품 하나하나에 애정이 느껴졌어요. 😮 세상에는 수 많은 이염 방지 시트, 거품 비누, 쿠키, 햄 & 소시지 그리고 바나나 간식이 이미 존재하겠죠! 그렇지만 각각의 창업주가 겪어낸 고군분투 서사가 서린 제품은 여기 하나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시대예보>로 유명한 송길영 작가가 고유함은 트렌드를 넘어선다고 말했던 게 생각났어요. 아마 대표님들이 겪은 그 고유한 창업 스토리를 통해 탄생한 이 제품들은요. 아마 유행을 넘어 아주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저도 모르게 구매욕이 뿜뿜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더 이상의 설명은 너무 지루하니 저희 디자인랩 사다리에서 진행한 상세페이지를 바로 보여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