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에게 소중하신 분들~ 잘 지내셨나요?  

열두 번째 인사드리는 박 팀장입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은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 문장은 불확실성과 의사결정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데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미래의 위험(뱀)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지만 반면 '잘 보는 사람'은 모든 위험과 가능성을 인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에요. 

요즘 같은 시기,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바로 실행이 어려운 이유는 어쩌면 게으름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많은 정보와 가능성을 고려하다 보면 오히려 결정과 행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잘 본다는 건 가능한 일일까? 완벽하게 보고 판단하려는 이 욕심은 어쩌면 우리 머릿속에만 있는 파랑새일지도 모른다고요.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맞닥뜨린 국내외 정세는 개인적으로는 전혀 예상할 수 있었던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늘 우리의 예측을 비웃듯 변화무쌍한데요. 이런 시기일수록 더 많이 찾아보려고 애쓰기보다는, 차라리 고개를 들어 북극성을 찾아보는게 더 현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바람만 불면 지형이 변하는 사막에서 지도보다는 나침반이 더 유용한 것처럼 말입니다.

지난 수요일, 디자인랩 사다리의 모든 구성원이 모여 반나절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을 더욱 깊이 되새겨보았는데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지도가 아닌, 명확한 방향성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식상한 결론일 수 있지만, 올해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한 깨달음이었습니다.

2025년, 사다리는 '내실'이라는 나침반을 들어올렸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홍보하는데 힘을 주는 대신, 기존 고객이 더욱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 퀄리티를 올리는 방법을 고민해봤고요. 이를 위해 사다리 구성원들은 월간 스터디를 진행하고, 주 4.5일 근무제 시범 운영 등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려 합니다. 지금 당장은 이 모든 것들이 전혀 상관없는 일련의 파편처럼 보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연말에는 이 순간들이 어떻게 하나로 연결될지, 저희는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은 파편같이 서로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보이는 사소한 일들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던 경험, 다들 겪어보셨죠?

첫 번째에서는 마지막 챕터의 결말을 전혀 알 수 없는 것처럼, 저희에게 닥친 파편처럼 보이는 모든 일들이 결국 마지막 챕터에서 선한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동시에 오늘 이 뉴스레터를 통해, 저희가 그리는 2025년의 청사진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해요. 비록 사막처럼 매 순간 지형이 바뀌는 것 같지만, 저희 디자인랩 사다리는 선한 방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더 나은 디자인 파트너가 되기 위한 사다리의 여정! 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디자인랩 사다리는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비영리'라는 단어는 흔히 거창한 공익 활동이나 숭고한 목표를 떠올리게 하지만, 2025년 저희는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하려 해요. 설립 정관에 명시된 공익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되, 구성원 모두가 조금 덜 일하면서도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보는 것이죠. 

비영리 조직으로서 이익 창출을 최우선 가치로 삼을 수는 없지만, 건강한 근무 환경과 높은 업무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2025년, 디자인랩 사다리는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는데요. 

일하는 방식의 전환

우리가 '목표'라고 부르는 요소에 '장기 지속'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려면 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보기로 했는데요. 그 첫 걸음으로 2월부터 한 달간 주 4.5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어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시범 기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3월 이후의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해보려고 합니다.

'조금 일하되 깔끔하게 일하고 경쾌하게 쉬는' 유럽식 효율적 근무 문화를 도입하려는 이 시도는, 지금까지 일하며 깨달은 중요한 통찰 - '잘 일하는 것만큼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조직이 '적게 일하면서 잘 일하는 것'을 지향한다면, 구성원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순환적 시도가 가능한 것은 우리가 주주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기 때문이라 생각했어요. 혹은 디자인랩 사다리가 만들어내는 것이 단순히 투입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닌, 지적 생산물이라는 점도 이러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맥락이란 생각도 더불어 했습니다.

2025년, 사다리는

이번 워크샵을 통해 디자인랩 사다리는 단순한 디자인 회사가 아닌, 더 나은 삶과 사회를 디자인하는 실험실이자 플랫폼이 되고싶은 마음을 발견했습니다. 오늘의 시각 디자인 작업이 내일의 사회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시선은 머리 위 북극성을 바라보며, 지금은 열심히 손을 움직여 사다리에게 소중한 분들이 만족해하시는 결과물을 내보려고 합니다. 늦은 새해 인사지만 사다리에게 소중한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즐거운 설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비가 오고 갑자기 추워진다고 합니다. 사다리에게 소중하신 분들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저는 다음 달에 다양한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다리 일동 드림